Google: A Behind-the-Scenes Look을 보고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한 사람이면 내 전공으로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전공과 아무 상관 없는 직장을 얻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적당한 월급을 받고 이에 만족하며 살겠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내가 배운 전공으로 세상에 도움을 주는 획기적인 일을 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포항공대는 학교의 특성상 학부 과정 도중에도 자연스럽게 “연구”에 익숙해 진다. 학부 과정 중에도 연구 참여나 과제 연구를 통해서 끊임없이 지금까지 배운 전공의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기존에 풀지 못했던 문제 혹은 새로운 영역의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공부, 즉 연구에 흥미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진학을 결심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나이를 먹다 보면 조금 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데, 그런 연구를 즐겁게 하면서도 소위 돈과 명예로 대변되는 현실적인 성공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것이다. 연구하는 사람이 돈을 알면 안 된다는 말은 불행히도 공학을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는듯하다. 공학 자체가 현실의 문제를 풀기 위해 출발하였고 돈이 안 되는 연구란 결국 세상에 쓰이지 않는 기술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산을 전공한 엔지니어가 세상에 나가면 80%은 자신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혀 실험해 보지 못한 체 기존의 제품을 유지보수 하는데 모든 시간을 쓰게 된다고 한다. 이미 완전한 산업을 이룬 운영체제(OS), 데이터베이스 시스템(DBMS) 등은 물론이고 이른바 바닥부터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볼 기회를 갖는다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학, 대학원에서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대부분 남의 소스 코드를 수정하고 고치는 데 시간을 보내며 전체 제품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졌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 엔지니어의 현실은 너무 서글프다.

구글은 엔지니어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성공 스토리다. 젊은 대학원생 두 명이 자신의 분야를 열심히 연구했고 이 연구의 성과를 바탕으로 회사를 설립했고 그 회사가 전세계를 변화시키며 엄청난 부를 창출했다. 그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검색이란 키워드 하에 구글은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해서 창조해 내고 있다.

구글은 기술 자체도 새롭고 재미있지만, 구글 성공의 의의를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찾는다면 기존의 전산학을 각종 지식을 응용해서 완전히 새로운 도메인(domain)의 문제를 풀고 이를 실험할 수 있는 거대한 베이스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80-90년대 거대 소프트웨어 회사의 출현 이후로 IT 산업은 어느 정도 성숙기에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비슷한 지식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서 기술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회사가 구글이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기초 지식을 배우는 걸 소홀히 해서는 곤란하겠지만 이 기술을 이용하여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나만의 비전을 가지고 공부 방향을 설정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