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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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의 본분을 찾아서 여기서 리서치를 시작했습니다. 제 관심 분야인 프로그래밍 언어 쪽 교수들과 접촉해서 메릴랜드 & 하버드 & AT&T에서 공동으로 하고 있는 리서치 컴파일러에 제가 생각하고 있는 기능들을 더해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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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회서 설명회 및 리쿠르팅을 와서 참석했습니다. 닷컴 버블 이후로 IT 경기를 이끌어 온 구글이고 최근 다양한 프로젝트와 제품으로 승부수를 건데다가 썬 마이크로시스템과 협력 의사도 밝힌 만큼 매우 활발하게 사람도 뽑고 있습니다. 구글 회사 이미지도 상당히 긍정적인 것 같습니다. 여기 엔지니어링 스쿨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구글의 조직은 다른 회사에 비해서 특이한 면이 있는데, 3-5명 정도의 매우 조그만한 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신 횡으로 팀끼리 상호 협력하는 시스템이죠. 다른 회사의 개발팀이 수 십명 이상의 인력으로 수직적인 매니저-프로그래머 관계가 있는데 비해서 구글은 훨씬 평평한 구조입니다.

구글은 사업 영역이나 아이디어 발굴을 가장 하부 조직인 엔지니어들 사이의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입니다. 구글랩이라는 홈페이지 가보면 구글 내부의 리서치 프로젝트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이 다 팀별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상호 평가 받은 후 밀어줄 프로젝트를 밀어주는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장 매력적인 조건은 일부 소프트웨어 대기업이 연구소에나 적용하는 20% 룰을 회사 전체에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업무 시간의 20%는 회사일과 상관 없이 자기 연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겠다는거죠. 이게 일주일 5일이면 하루, 일년으로 치면 3달에 육박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여기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니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글의 강점은 단순히 “검색”이 아니고 그 검색을 하기 위해 쌓아 놓은 인프라에 있습니다. 검색을 하기 위해서의 세계 각지에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고 컴퓨터 클러스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회사보다도 많은 컴퓨팅 파워를 가지게 됩니다. 또한 서치 엔진이 부지런히 모아놓은 데이터의 양보다 그 어느 회사보다 많지요.

지난 수십 년간 크게 발전이 없었던 인공지능(AI)의 여러 분야들이 이런 인프라에 힘입어 조금씩 빛을 보는 분위기입니다. 예를 들어 구글 툴바를 통해 제공되고 있는 언어 번역 서비스도, 구글의 컴퓨팅 파워와 데이터가 증가할 수록 같은 알고리즘으로 더 높은 번역률을 보이고 있다는 거죠.

이래저래 비전이 있는 회사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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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소프트챗(softchat)이라는 프로그래밍 연구 모임에 가입했습니다. 동아리 같은 성격이지만 구성원은 대부분 교수와 박사 4-5년차로 이루어져 있더군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자기 리서치 영역 세미나 하고 의견을 나눕니다. 학내에서 진행되는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교류하기도 하고요.

이 모임은 외부 연구자와 학자들을 많이 초청하는데, 벌써 MS리서치, 스탠포드 등 여러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주로 제 관심 분야의 연구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매우 즐겁습니다. 사람이 사는 방식, 즉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과학자/엔지니어로써는 최고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