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기술 보호

영화에서나 보았을 법한 산업 스파이 이야기를 요즘은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특히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자국의 기술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합법, 불법을 구분하지 않고 첨단 기술을 흡수하고 있다. 규모가 영세한 벤처 기업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비교적 기술 보호가 철저히 이루어지는 대기업 조차도 산업 스파이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다.

“국가 정보원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산업 스파이 적발 건수는 총 61건으로 예상 피해액은 약 82조원이 넘는다고 추산된다. 연도별로 보면 2003년에 6건에 불과한 적발 건수가 2004년에는 26건, 2005년에는 29건으로 약 5배 가까이 증가했다.”[1]

위 추정치는 대기업에서 이루어진 불법적인 기술 유출만 포함하고 있다. 합법적인 M&A를 통한 기술 이전이나 벤처 기업의 기술 유출까지 포함하면 핵심 기술 유출로 인한 실제 피해액은 국정원의 발표를 크게 웃돌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2004년 11월에 발의된 ‘산업 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안’(산업 기술 유출 방지법)의 배경이 되었다. 이 법안의 취지는 훌륭하나 크게 2가지 내용이 문제가 되었다.

첫째로, 이 법의 제12조를 살펴보자.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연구기관 등과 정부지원 아래 국가핵심기술을 개발․보유한 기업 등이 해외 매각․합작투자․기술이전 등을 하는 경우 산업자원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그 외 국가핵심기술 보유중인 기업의 해외 매각․합작투자․기술이전 등의 경우, 산업자원부장관에게 사전 통지토록 함.” 12조는 비교적 자유로운 기업 활동인 해외 매각, 합작 투자를 정부가 감시 통제하는 법안이다. 외국 자본의 상당수가 국내 핵심 기술을 노리고 들어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규제가 강화되면 국내로의 자본 유입이 차단되고, 심각한 투자 축소를 유발할 수도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 환경과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정부가 어떻게 이 법을 집행할지에 관해서도 효율성이 의심스럽다.

둘째로, 많은 이공계 인력의 빈축을 산 제 31조를 살펴보자. “산업기술을 부정한 방법으로 유출한자에 대해서, 해외유출의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7백만원 이상 재산상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상당 벌금, 국내유출의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상 재산상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상당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이를 병과할 수 있도록 함.” 이 조항은 이공계 인력의 이직이나 창업을 자유를 상당 부분 제한할 수 있다. 기술 보호 명목 하에 기술 인력들이 특정 기업이 묶이고 부당한 대우를 받게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법의 제안 이유인 “보안의식 확산 및 제도적 기반의 구축을 통해 국내 핵심기술을 보호하고 전문과학․산업 기술인 및 연구개발자를 보호지원” 과도 배치되는 항목이다.

입법 취지는 타당하지만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국가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이공계 위기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 법에 의해 처벌이 가능하더라도 일단 기술이 유출되고 나면 기업은 이미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태이므로 사후약방문 형태인 법률에만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핵심 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핵심 기술 보호는 개발 공정을 모듈 별로 관리하는데 있다. 핵심 기술을 개발 공정, 혹은 모듈 단위로 나누고 각 연구원은 자신이 맡은 기술에만 접근할 수 있도록 공정을 관리하는 것이다. 소수의 핵심 인력을 관리하는 일은 수월하지만, 대부분의 연구원이 모두 기업의 핵심 기술에 접근할 수 있다면 기술 유출을 막는 일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덧붙여 소수의 핵심 인력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불법적인 기술 유출의 핵심은 결국 자신의 연구 성과에 비해 적절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연봉을 조금 올려주는 수준이 아니라, 핵심 기술에 특허를 걸려 있다면 특허권의 지분을 나눠주거나, 연구의 결과로 매출 발생시 이익의 일정 부분을 주는 방식 등으로 파격적인 대우가 필요하다.

핵심 기술 보호는 이제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되었다. 막대한 인력과 돈을 들인5~10년에 걸친 연구 개발의 성과를 경쟁사에게 빼앗기게 된다면 기업의 존립을 물론이고 국가 경제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1] 형민우, 「핵심 기술 보호는 문단속으로」『뉴스위크 한국판』 2006년 1월 18일, 16쪽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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