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분야 글쓰기

[IT,묵직] 고수님들, 성벽을 높이 쌓지 말기를… 을 읽고 써봅니다.

지난 6개월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이하 마소)에 했던 연재를 마쳤습니다. 비교적 초보 개발자를 위한 마소 주니어(Junior)에 ‘코드의 재발견’이란 이름으로 여러 프로그래밍 언어를 비교하는 글이었습니다. 뒤돌아 보면 조금 더 열심히 성실히 했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만 남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써니님 블로그의 ‘고수님들, 성벽을 높이 쌓지 말기를……’을 읽고 내 글쓰기는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더군요. 사실 마소를 독자의 입장에서 읽을 때도, 필자가 되고 난 이후에도 다른 분들이 글이 어렵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제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써니님 말씀대로 의도했던 아니던 어느 정도 고수들의 성벽 쌓기라는 게 존재하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기술 분야의 글쓰기라는 게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은 결국 누군가가 읽기 마련이고, 독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의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의 기사는 언어를 우리나라의 중학교(주니어 하이 스쿨) 수준으로 맞추라는 규정이 있다고 합니다. 기술 분야는 독자에 수준을 맞추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독자의 유형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을 설명한다고 했을 때, 독자가 프로그래밍 언어를 조금이라도 다루어 본 적이 있는지, C 언어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는지 Lisp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는지 등에 따라서 설명 방법이나 용어 사용이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독자가 어디까지 알고 있다고 가정할 것인가’는 문제는 생각보다 무척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실 잡지는 그 특성상 원고 마감이 있고, 부지런한 일부 필자들을 제외하면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필자들은 마감에 맞춰서 허둥지둥 원고를 마무리할 때가 많습니다. 예상 독자와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에게 읽혀서 피드백을 받고 시간을 들여서 퇴고를 했다면 훨씬 더 깔끔한 원고가 나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원고를 작성하는 일차적인 책임은 잡지사라기 보다는 해당 원고의 필자에게 있는 것이겠지요.

저는 아직 학생인지라 게으름에 대해 변명할 거리가 없지만, 이는 IT 업종의 특성과도 연관이 있지 않나 합니다. 마소에 원고를 기고하시는 대부분의 필자들은 사실 현역에서도 과중한 업무로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는 분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이런 분들이 없는 시간 쪼개가며 원고를 작성하다 보니, 글을 읽을 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외국의 개발자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열정과 노력으로 많은 글을 쓰기도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나 썬(Sun), IBM 등 굴지의 소프트웨어 대기업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개발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줄뿐만 아니라 각종 개발 포탈 사이트를 개설해서 이런 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아니겠지만, 우리나라는 양질의 글이 많이 양성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결국 당장은 필자 한 명 한 명이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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