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월에 개학하면 4학년이 됩니다. 생각해 보면 사회 진출에 대해 그다지 생각을 안 해봤던 것 같습니다. 병역 특례로 사회 경험, 회사 생활을 했다고는 하지만, 졸업을 안한 상태에서 다닌 회사의 느낌은 사실 군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진짜 사회에 나왔다는 느낌보다는 앞으로 나올 사회에 대한 연습이란 느낌이 강하거든요.
지금까지는 막연히 학부를 졸업하면 석사나 석박 통합 과정에 진학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공대 박사 과정에 대해서 별로 환상은 없습니다. 다른 분야와는 달리 공학 박사는 자기 전문 분야의 박사일 뿐이지 ‘지식인’이란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사회생활을 통해 만나본 박사님들도 제가 생각했던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병역 특례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많은 친구들이 더 이상 컴퓨터로 밥 먹고 살고 싶진 않다고 합니다. 병역 특례의 특성상 여건이 열악한 중소 벤처를 경험했기 때문 일수도 있지만, 비교적 여건이 나은 업체에서 일했던 친구들도 생각이 별반 다르지는 않습니다. 이미 치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한 친구들도 있고, 진로를 바꿔서 공무원이나 공기업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지금 당장은 국가의 산업 발전을 책임질 이공계의 산업 역군이란 단어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당장 무엇을 해서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에 대한 생각이 먼저입니다. 비범한 천재들처럼 남들과는 다른 뚜렷한 비전 같은 것도 없습니다. 요즘은 그저 남들은 뭐해서 먹고 사나 그게 궁금합니다.
너무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대한 나라, 기업, 사람들,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란 게 있을까요? 아니면 최소한 나 스스로가 만족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있을까요? 아차,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남들만큼 혹은 그 이상 돈도 벌고 싶고 행복이란 게 있다면 그걸 찾아보고도 싶습니다.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