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power)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우리말로 힘, 권력, 권한, 능력 등으로 번역되는 파워는 다양한 맥락에서 다양한 뜻으로 사용됩니다.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슈퍼 영웅들은 슈퍼 파워를 가지고 세상을 구하고, 개발 팀장은 개발 팀장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개발 팀장에게 부여된 권한의 유일한 목적은 주어진 프로젝트를 훌륭하게 완수하는 것에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같이 일을 하다 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고 대화와 설득에도 불구하고 의견 조율에 실패한다면 팀장은 본인에게 부여된 권한을 이용하여 의사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물론 팀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매번 팀장의 권한만을 내세우면 팀원들의 반발을 사고 신뢰를 잃게 되므로 이런 부작용을 잘 알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를 얻은 골룸의 예처럼, 일단 작은 권력이라도 맛을 보게 되면 사람이 달라집니다. 팀장이 되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집니다. 팀원 시절과 똑같은 의견을 이야기해도 팀원들이 좀 더 귀담아 듣고 지지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팀장이니깐 시키는 대로 해”라는 말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권위에 약하고 남들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껄끄러워 하는 우리 조직 문화에서는 알아서 팀장 말을 따라주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팀장은 점점 자기중심적이 됩니다.
일단 권력에 중독되고 나면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현실 감각을 잃는 데 있습니다.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객관적인 진단을 내리고 해결책을 찾는 대신, 본인 상상 속에서 상황을 진단하고 해결하려고 합니다. 물론 일부 팀원들이 문제를 제기하지만 듣기 싫어합니다. 이미 듣기 좋은 말을 듣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단 팀장이 권력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모든 문제를 권력의 문제로 바라보게 됩니다. 팀원들이 지시를 잘 따르지 않으면 이를 본인 권력에 도전하는 것으로 여깁니다. 또한 모든 문제의 원인이 본인에게 주어진 권한이 부족한 탓으로 생각하고 더 많은 권한을 얻기 위해 위만 쳐다보게 됩니다. 이런 팀장은 더 이상 프로젝트 성공이 목적이 아니라 더 많은 권력을 얻는 것이 목적이 됩니다. 이른바 권력 중독입니다.
누구든 권력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특별히 더 권력지향적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보입니다.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는 철저하게 순종하고, 지위가 낮은 사람들을 지배하려고 합니다. 본인의 무능함을 지적 당하면, 자신은 실력이 있는 사람인데 주어진 권한이 부족한 탓이라고 변명합니다. 개발 팀장이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 더 이상 개발 팀장이 아니라 정치 팀장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권력은 강함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지만, 인간 심리를 보면 사실 정반대입니다. 권력에 대한 집착은 강함이 아니라 약함에 있습니다. 홀로 세상을 마주할 강인한 자아가 없기 때문에 외부에 의존할 대상을 찾는 것인데 이런 욕구는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납니다. 개발 팀장 버전으로 바꿔서 풀어보면, 개발 실력과 프로젝트 관리 능력으로 팀을 이끌 자신이 없기 때문에 권력에 대한 집착이 나옵니다.
개발 팀장은 실력으로 승부하는 자리입니다. 팀원들은 지배해야 할 부하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같이 만들어 나가는 동료들입니다. 절대반지를 끼면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므로 그 힘으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팀장이 휘두르는 권력은 모든 팀원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권력에 집착해 무엇보다 소중한 팀원들의 신뢰를 잃는 팀장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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